
부활 Never Ending Story 가사를 읽기 전에, 저는 ‘문맥’이라는 말부터 꺼내고 싶습니다. 이 곡을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그 이야기를 한 번 지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목차>
- 문맥이 어긋나면 뜻이 전달되지 않습니다
- 부활 Never Ending Story 가사는 문장이 끝나지 않습니다
- 꿈에서 왔다는 문장
- 비단 같은 선율
- 부활 Never Ending Story 가사가 지금 우리에게 남기는 것
문맥이 어긋나면 뜻이 전달되지 않습니다
사람의 말은 문맥이 정확하지 않으면 하고자 하는 바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주제로 발표를 합니다. 그러다 소주제로 플라스틱 때문에 고통받는 동물 이야기를 꺼냅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 동물에 대한 정보와 사진, 영상을 잔뜩 늘어놓기 시작합니다.
발표를 듣는 사람들은 결국 이 발표의 주제가 무엇인지 감을 잡지 못한 채, 발표가 끝나니 그저 박수를 칩니다.
그렇다고 그 사람이 잘못된 건 아닙니다
그런데 저는 그 사람이 잘못되었거나 이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세계가 존재합니다. 우리가 흔히 4차원 같다고 말하는 것처럼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모든 것을 계획적으로 딱 맞춰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사람마다 삶의 문법이 다른 것입니다. 어떤 사람의 문장은 주어와 서술어가 정확히 호응하고, 어떤 사람의 문장은 자꾸 옆길로 새며 끝을 맺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후자의 삶이 틀린 문장인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사랑해주어야 합니다
그러니 문맥에 맞지 않아 이상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그 자체로 그 삶이기 때문에 사랑해주어야 합니다.
그 사람의 속에는 어떠한 고통이나 충격 같은 것이 들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말이 자꾸 흐트러지는 이유가 게으름이나 무성의가 아니라, 정리되지 않은 무엇이 안에 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흥미로운 일이 벌어집니다. 문맥에 맞지 않는 말이 오히려 더 깊이 가닿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부활 Never Ending Story 가사는 문장이 끝나지 않습니다
이 곡의 후렴을 문장으로만 뜯어보면 사실 말이 잘 안 됩니다.
그리워하면 언젠간 만나게 되는 어느 영화와 같은 일들이 이뤄져 가기를. 여기까지는 소망입니다. 그런데 곧바로 이어집니다. 힘겨워한 날에 너를 지킬 수 없었던 아름다운 시절 속에 머문 그대이기에.
앞은 바람을 담은 문장인데 뒤는 이유를 대는 문장입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앞의 소망과 논리적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문장은 끝내 닫히지 않습니다. ‘그대이기에’ 다음에 와야 할 말이 없는 채로 끝납니다.
주어도 계속 흔들립니다. 그리워하는 사람은 누구인지, 지키지 못한 사람은 누구인지, 시절 속에 머문 사람은 또 누구인지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울리는가
그럼에도 이 후렴은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그것도 아주 여러 번 말입니다.
저는 그 이유가 이 후렴이 논리가 아니라 정서의 문법을 따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사람이 무언가를 그리워할 때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이 딱 이렇습니다. 만나고 싶다는 바람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그 사람이 여전히 그 시절에 멈춰 있다는 감각이 순서 없이 동시에 밀려옵니다. 그것들을 정확한 문장으로 정리하려 들면 오히려 감정이 빠져나갑니다.
이 후렴은 정리하지 않았습니다. 뒤엉킨 채로 그냥 내놓았습니다. 그래서 듣는 사람이 자기 자리에서 각자 다르게 채워 넣을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발표자의 이야기와 이어집니다. 문맥이 흐트러진 말 뒤에는 정리되지 않은 무엇이 있습니다. 이 곡은 그 정리되지 않음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노래로 만들었습니다.
무의식이 만들어내는 문법에 대해서는, 이전에 숀 ‘Way Back Home’을 다루며 쓴 글에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꿈에서 왔다는 문장
흥미로운 건 이 후렴의 탄생 배경입니다.
김태원은 이 곡이 만들어진 과정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습니다. 이승철과 다시 함께하기로 하고 곡을 만들기로 했는데, 마감 시한이 지나도록 악상이 떠오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계약 파기와 위약금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되면서 예민함은 극에 달했고, 결국 가족이 잠시 떨어져 지내게 될 만큼 힘든 시기가 이어졌습니다.
가족을 그리워하며 깊은 우울을 지나던 어느 밤, 그는 꿈에서 시 같은 한 문장을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문장이 바로 이 곡의 후렴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김태원이 방송에서 재미를 위해 이야기를 부풀리는 편이라는 점은 감안하고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 이야기가 이 후렴의 성질을 잘 설명한다고 생각합니다.
꿈에는 문맥이 없습니다. 인과도 순서도 없이 이미지와 감정만 이어집니다. 이 후렴이 문법적으로 어긋나 있으면서도 이상하게 정확한 이유가 여기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논리가 만든 문장이 아니라 그리움이 만든 문장이기 때문입니다.
비단 같은 선율
이 곡을 이야기하며 멜로디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저는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매번 감탄합니다. 처음 들었을 때나 지금이나 드는 생각은 하나입니다. 어떻게 이런 멜로디를 만들 수 있을까.
인트로부터 끝까지 어색한 곳 없이 부드럽게 이어지면서도, 비단처럼 아름다운 선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쓸 만한 멜로디는 이미 다 바닥났다는 21세기에도 여전히 보석 같은 음표들이 기록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아이러니가 생깁니다. 가사는 문맥이 어긋나 있는데, 멜로디는 조금의 어긋남도 없이 매끄럽게 흐른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대비가 이 곡의 비밀이라고 생각합니다. 논리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말을, 완벽하게 정돈된 선율이 안아주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듣는 사람은 가사의 어긋남을 문제로 느끼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위에 자기 감정을 얹게 됩니다.
이승철의 목소리 역시 이 곡과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립니다. 감정을 과하게 밀어붙이지 않으면서도 마지막 음까지 놓지 않는 창법이, 끝나지 않는 문장을 끝까지 데리고 갑니다.
정돈된 소리가 정돈되지 않은 감정을 떠받치는 방식은 넬 ‘기억을 걷는 시간’을 다룬 글에서도 다룬 적이 있습니다.
두 번째 부활
이 곡은 2002년 발매된 부활 8집 《새,벽》의 타이틀곡입니다.
‘사랑할수록’과 ‘Lonely Night’ 이후 침체기를 겪던 부활이, 말 그대로 두 번째로 ‘부활’하는 계기가 된 노래이기도 합니다. 이 앨범은 약 25만 장의 판매량을 기록했는데, 당시가 MP3로 인한 음반 시장 침체기에 월드컵까지 겹친 시기였음을 감안하면 대단한 수치입니다.
지상파에서는 9년 만에 SBS 인기가요에서 2주간 1위를 차지했고, 2002년 노래방 애창곡 1위에도 올랐습니다. 지금은 국내 발라드 역사상 손꼽히는 곡으로 평가됩니다.
곡이 나오지 않아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만들어진 노래가, 밴드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는 사실이 묘합니다.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문장 하나가 결국 가장 많은 사람에게 가닿은 셈입니다.

부활 Never Ending Story 가사가 지금 우리에게 남기는 것
결국 이 곡이 알려주는 것은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은 문맥이 맞아야 뜻이 전달됩니다. 그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뜻이 전달되는 것과 마음이 전달되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는 사람 앞에서 우리는 종종 답답해합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고 묻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그 어긋남 자체가 그 사람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말해주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정리된 말은 이미 소화된 감정입니다. 정리되지 않은 말은 아직 소화되지 않은 감정입니다. 그러니 문맥이 흐트러진 말을 들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문장을 고쳐주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무엇이 있는지 잠시 기다려보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판단하지 않고 곁에 있어 주는 일에 대해서는 이하이 ‘한숨’을 다룬 글에서 더 자세히 이야기했습니다.
그리워하면 언젠간 만나게 되기를. 지키지 못했던 그대이기에. 이 두 문장은 끝내 이어지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사이에서 무언가를 정확히 느낍니다.
그러니 오늘 누군가의 말이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게 들린다면, 그 사람의 문법으로 다시 한번 들어보아도 좋겠습니다. 어쩌면 그 어긋남이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말일 테니까요.
전곡은 벅스 부활 Never Ending Story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인 해석이므로, 여러분에게는 또 다른 문장이 떠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부활 Never Ending Story 가사를 문맥이라는 화두로 읽습니다. 문장이 끝내 닫히지 않는 후렴이 왜 그토록 오래 울리는지, 그 이유를 함께 짚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