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이언티 노래 가사를 읽기 전에, 저는 ‘철학’이라는 말부터 짚고 싶습니다. 이 곡을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그 이야기를 한 번 지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목차>
- 철학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닙니다
- 자이언티 노래 가사는 욕조에서 시작합니다
-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 가방도 반지도 아닌 것
- 두 개의 원이 겹치는 자리
- 자이언티 노래 가사가 지금 우리에게 남기는 것
철학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닙니다
철학이란 건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철학이라고 하면 철학자들이 쓴 책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 책을 읽으며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하거나, 반대로 아 이런 뜻이구나 하고 무릎을 칩니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그 철학자를, 혹은 그가 제시한 그 말을 정확히 이해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미묘하고 복잡한 세계
철학은 미묘하고 복잡한 세계입니다. 같은 문장을 읽어도 사람마다 다른 것을 가져갑니다. 그러니 완벽하게 이해했다는 말은 애초에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사실이 철학을 어렵게 만든다고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철학은 소위 고지식한 사람들만 다루는 학문이 아닙니다. 개인이 가진 가치관이나 생각들의 조합으로도 충분히 발견하고 이론화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철학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모든 사람이 약간의 생각과 에너지와 시간만 들이면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나를 만들어가는 것들
그런 철학은 무수히 많습니다. 한 번 정립되면 좀처럼 바뀌지 않는 것이 있는가 하면, 시간에 따라 수정되고 새로 만들어지는 것도 있습니다.
저에게도 그런 철학이 무수히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저를 만들어갑니다.
인간의 완성은 철학 한 스푼입니다. 그리고 저라는 사람의 완성도 철학 한 스푼입니다. 거창한 이론이 아니라, 살면서 조금씩 덜어 넣은 그 한 스푼들이 결국 한 사람의 형태를 만듭니다.

자이언티 노래 가사는 욕조에서 시작합니다
자이언티의 ‘노래’는 정확히 그 한 스푼에 대한 곡입니다.
이 곡은 2017년 2월 1일 발매된 앨범 《OO》의 타이틀곡입니다. 프로듀서 테디가 설립한 더 블랙 레이블로 옮긴 뒤 처음 내놓은 앨범이었고, 발매 당일 멜론과 지니, 벅스 등 주요 음원 사이트 7곳에서 실시간 차트 1위를 기록했습니다.
곡의 시작은 지극히 사소합니다. 일주일 전 욕조에서 혼자 흥얼거리던 노래라고 화자는 말합니다. 피아노 하나로는 심심해서 베이스를 넣었고, 하루 종일 상대를 생각하다가 썼다고. 별 내용은 없지만 그냥 자기 마음이라 생각하고 들어달라고 합니다.
이보다 정직한 창작 고백이 있을까요. 대단한 영감도, 거창한 기획도 없습니다. 그저 혼자 있는 시간에 떠오른 것을 붙잡아 형태를 준 것뿐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철학과 같습니다. 누구나 만들 수 있고, 누구나 이미 만들고 있습니다. 다만 대부분은 그것을 붙잡아 형태로 만들지 않을 뿐입니다.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이 곡의 후렴은 아주 이상한 소원을 빕니다. 이 노래가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사람들이 가사를 못 외웠으면 좋겠다고.
이 곡은 혼자만의 일기를 모든 사람이 알게 됐을 때의 기분이 어떨지 상상하며 만든 곡이라고 합니다.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동시에 사랑받고 싶은 아이러니를 담아낸 것입니다.
저는 이 아이러니가 이 곡의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만들어본 사람이라면 압니다. 이건 오직 한 사람을 위해 만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더 많은 사람이 알아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바람이 이루어지는 순간, 그것이 더 이상 내 것이 아니게 된다는 사실도 함께 압니다.
지켜지지 않은 소원
흥미로운 건 이 소원이 정확히 반대로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던 이 곡은 발매 당일 차트를 석권했습니다. 사람들이 가사를 못 외웠으면 좋겠다던 후렴은, 오히려 그 후렴 때문에 온 나라가 따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이 곡이 더 깊어집니다. 화자의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 소원의 진심이 오히려 증명된 것입니다. 정말로 유명해지지 않기를 바랐다면 발표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리고 다음 구절에서 화자는 스스로 그 모순을 인정합니다. 다른 자기 노래들처럼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유명한 어떤 곡들처럼 금방 잊히지는 않기를 바란다고. 이건 결국 널리 퍼지는 것보다 오래 남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시선과 인정 사이에서 흔들리는 마음에 대해서는, 이전에 블랙핑크 ‘STAY’를 다루며 쓴 글에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가방도 반지도 아닌 것
2절에서 화자는 자신의 선물을 다른 것들과 비교합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가방이나 귀걸이, 목걸이, 반지를 주는 건 뻔해서 이 노래를 선물하겠다고 합니다. 길고양이들처럼 하루 종일 붙어 다니자고, 매일 처음 만난 것처럼 설레야 한다고 말입니다.
물건은 닳습니다. 그러나 자기 마음은 닳지 않아 계속 새것 같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왜 굳이 노래여야 했는지가 분명해집니다.
이것 역시 철학 한 스푼입니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에 대한 자기만의 결론입니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책에서 읽은 것도 아닙니다. 그저 자신이 살아오며 정립한 하나의 관점입니다.
그리고 화자는 그 노래를 하루를 마치고 자기 전에 자장가 대신 틀어달라고 청합니다. 성급해 보일까 걱정되어 주머니 속에 꼭꼭 숨겨두었던 마음이라는 고백과 함께 말입니다.

두 개의 원이 겹치는 자리
이 곡의 만듦새도 그 태도를 그대로 따릅니다.
앨범명 《OO》는 자이언티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안경을 연상시키면서, 그의 시각과 시야를 표현합니다. 동시에 대중과 자이언티의 교집합을 의미하는 중의적 표현이기도 합니다. 두 개의 원이 겹치는 그 자리, 내 것이면서 동시에 모두의 것이 되는 지점 말입니다.
새로운 레이블로 옮겼지만 그의 음악적 동료들 역시 함께 자리를 옮겨 이번 앨범에 참여했습니다. 그래서 음악은 더 끈끈해지고 노래는 더 자유로워졌습니다.
실제로 이 곡은 정돈된 완성품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피아노 하나로 시작해 베이스를 얹었다는 가사 그대로, 만들어지는 과정이 곡 안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후렴의 옹알이 같은 소리와 후반부의 박수 소리는 특히 그렇습니다. 잘 다듬어진 팝의 문법이라기보다, 방 안에서 장난치듯 붙인 흔적에 가깝습니다.
저는 그 미완성의 질감이 이 곡을 특별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하게 다듬으면 사적인 온기가 사라집니다. 이 곡은 그 온기를 지키기 위해 일부러 덜 다듬은 쪽을 택했습니다.
담담한 어투가 오히려 오래 남는다는 이야기는 빈지노 ‘Always Awake’를 다룬 글에서도 다룬 적이 있습니다.
자이언티 노래 가사가 지금 우리에게 남기는 것
곡의 마지막에서 화자는 손뼉을 치라고 말합니다. 그녀를 위해 손뼉을 치라고. 그리고 이건 너의 노래라고 반복합니다.
처음에 이 곡은 욕조에서 혼자 흥얼거리던 것이었습니다. 그다음에는 너 혼자 듣는 것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모두가 함께 손뼉을 치는 것이 되었습니다.
가장 사적인 것에서 시작해 가장 공적인 것에 도착한 셈입니다. 그럼에도 마지막 한마디는 여전히 ‘너의 노래’입니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듣게 되어도, 이건 결국 한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만은 지키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이름을 부르는 일이 두 사람만의 세계를 지키는 방식이라는 이야기는 제니 ‘twin’을 다룬 글에서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니 오늘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다면, 별 내용 없다고 흘려보내지 않아도 좋겠습니다. 욕조에서 흥얼거리던 멜로디 하나가 모두의 노래가 되었듯, 그 한 스푼이 언젠가 당신을 완성할지도 모르니까요.
전곡은 벅스 자이언티 노래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인 해석이므로, 여러분에게는 또 다른 한 스푼이 떠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이언티 노래 가사를 철학이라는 화두로 읽습니다. 욕조에서 흥얼거리던 것이 모두의 노래가 되기까지,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한다는 역설의 의미까지 짚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