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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소미 BIRTHDAY 가사 해석, 365일이 생일인 사람의 선언

    전소미 데뷔 싱글 《BIRTHDAY》 앨범 커버. 강렬한 핫핑크 배경 앞에서 아티스트가 한 손을 머리로 올린 채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다. 흰 티셔츠와 자연스럽게 흐트러진 웨이브 헤어, 그리고 아래쪽에 살짝 걸친 그물 스타킹이 대비를 이룬다. 상단에는 노란 선으로 그려진 'SOMI' 로고가 배치되어, 새로 태어난 솔로 아티스트의 자신감과 발랄한 에너지를 그대로 드러낸다. 전소미 BIRTHDAY 가사
    전소미 《BIRTHDAY》 (2019) 앨범 커버 ⓒTHE BLACK LABEL

    전소미 BIRTHDAY 가사를 읽기 전에, 저는 ‘천공’이라는 현상 이야기를 먼저 하고 싶습니다. 이 곡을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그 이야기를 한 번 지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목차>

    전소미 BIRTHDAY 가사가 지금 우리에게 남기는 것

    하늘에 구멍이 난다는 말에 대하여

    그 구멍에서 쏟아지는 빛은 스포트라이트입니다

    빛 아래 선 사람의 첫마디

    전소미 BIRTHDAY 가사의 핵심은 시선의 방향입니다

    예전의 나를 찾지 말라는 말

    빛을 소리로 옮긴 편곡

    후 하고 불겠다는 말

    짙은 먹구름이 하늘 전체를 덮은 가운데, 구름 한가운데에 둥근 구멍이 뚫려 그 사이로 태양이 정확히 들어맞은 장면. 구멍 가장자리는 황금빛으로 빛나고, 그 아래로 여러 갈래의 빛기둥이 부챗살처럼 쏟아져 내린다. 광활한 회색 들판 중 오직 빛이 닿은 한 지점만 따뜻한 황금색으로 물들어 있다. 하늘의 구멍이라 불리는 천공 현상이자, 무대의 스포트라이트를 연상시키는 장면이다.

    하늘에 구멍이 난다는 말에 대하여

    천공. 하늘의 구멍이라 불리는 하나의 현상입니다.

    신화에서 신이 강림할 때 흔히 쓰이는 표현이 있습니다. 천공 사이로 무언가가 내려왔다는 식의 문장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 천공을 볼 수 있느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그것이 어떤 현상인지,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모를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이유로 볼 수 없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으니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답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아주 확률은 낮겠지만, 이럴 수는 있지 않을까요.

    하늘이 온통 구름으로 뒤덮여 있을 때, 어쩌다 구멍 하나가 뚫렸는데 그 구멍으로 둥근 태양이 정확히 들어맞는다면. 그것을 천공이라 부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비과학적으로 푸른 하늘에 검은 구멍이 뚫리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구름 사이 틈에 태양이 들어맞는 것 말입니다. 어쨌든 구름도 하늘에 있고, 태양도 하늘에 있으니까요.

    기상학을 모르던 옛사람들이라면 그 광경을 보고 하늘에 구멍이 났다고, 좋지 않은 징조라고, 신이 내려온다고 말하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어두운 객석에서 바라본 텅 빈 무대. 천장의 조명 하나가 곧게 내려와 검은 무대 바닥 위에 둥근 빛의 원을 만들고, 그 안에는 아무도 서 있지 않다. 빛기둥 사이로 미세한 먼지가 떠다니고, 원 바깥에는 흩어진 금색 반짝이와 바람이 빠진 은박 풍선이 놓여 있다. 무대 양옆의 구조물과 스피커는 어둠에 잠겨 있어, 곧 시작되거나 막 끝난 축제의 순간을 짐작하게 한다.

    그 구멍에서 쏟아지는 빛은 스포트라이트입니다

    그런 천공에서 쏟아져 나오는 태양빛에 주목해 보겠습니다.

    두꺼운 구름이 온 하늘을 덮고 있는데, 오직 한 지점에서만 빛이 내려옵니다. 그 아래에 선 사람은 온통 밝고, 나머지 세상은 회색으로 남습니다.

    저는 이것이 무대의 스포트라이트와 정확히 같다고 생각합니다. 객석은 어둡고, 오직 한 사람만 밝게 빛나는 그 상황 말입니다. 그 자리에 서는 순간 사람은 다른 존재가 됩니다. 조금 전까지 무대 뒤에 있던 사람과, 빛 아래 선 사람은 같은 사람이 아닙니다.

    빛 아래 선 사람의 첫마디

    전소미의 ‘BIRTHDAY’는 정확히 그 순간의 노래입니다.

    이 곡은 2019년 6월 13일 발매된 그녀의 첫 번째 싱글이자 솔로 데뷔 음반입니다. 노래도 춤도 랩도 모두 해내는 사람이, 마침내 혼자 빛 아래 서게 된 순간에 나온 곡입니다.

    한 음원 사이트의 소개는 이 곡을 두고 길었던 연습생 생활을 거쳐 새로 태어나는 기분으로 자신의 꿈을 펼치게 된, 생일 같은 곡이라고 설명합니다. 무대 뒤에서 보낸 시간이 길었던 사람일수록 그 빛의 의미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곡의 첫마디가 흥미롭습니다. 뻔한 인사는 하지 않겠다며, 딱 잘라 말하겠다고 합니다. 하루하루가 지루하다고,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으면 이해하는 척이라도 하라고 말입니다.

    데뷔곡의 도입부치고는 놀랍도록 무례합니다. 저는 이 무례함이 이 곡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소미 BIRTHDAY 가사의 핵심은 시선의 방향입니다

    이어지는 문장이 이 곡 전체를 요약합니다. 나를 원하는 너보다, 내가 원하는 걸 원한다는 선언입니다.

    빛 아래 선 사람은 늘 시선을 받습니다. 그리고 시선을 받는 사람은 대개 그 시선이 원하는 모습이 되려 합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얼굴, 기대하는 태도, 예상 가능한 대답 말입니다.

    그런데 이 곡의 화자는 정반대로 갑니다. 나를 향한 기대보다 내 욕망이 먼저라고 못 박습니다. 이기적이라는 말을 들어도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 인정해 버립니다.

    저는 이 태도가 천공의 빛과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구름 사이로 빛이 쏟아질 때, 그 빛은 누구의 허락을 구하지 않습니다. 구멍이 뚫렸으니 그저 내려올 뿐입니다.

    시선에 지쳐 자기 자신을 잃어가는 문제에 대해서는, 이전에 오아시스 ‘Don’t Look Back in Anger’를 다루며 쓴 글에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 곡이 조용한 혁명이었다면, 이 곡은 훨씬 시끄러운 쪽을 택했습니다.

    예전의 나를 찾지 말라는 말

    후렴에 이르러 화자는 더 분명해집니다. 이제 내 멋대로 하겠다고, 지루할 틈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예전에 알던 나를 찾지 말라고 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문장이 나옵니다. 네가 알던 나는 여기 없으니까,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날 테니까.

    생일이라는 제목이 여기서 온전한 의미를 갖습니다. 생일은 세상에 태어난 날, 또는 태어난 날을 기념하는 해마다의 그날입니다. 그런데 이 곡에서 생일은 과거의 기념일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사건입니다.

    이미 태어난 날을 축하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다시 태어나겠다는 선언입니다. 그래서 이 곡은 매일이 내 생일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매 순간, 시간과 분과 초마다 새로 태어나는 기분이라고 말입니다.

    초대받지 못한 사람들에 대하여

    이 곡에서 가장 통쾌한 대목은 초대장에 관한 부분입니다.

    파티에 초대받지 못했다고, 오늘은 내 마음대로 하겠다고 반복해 말합니다. 생일 파티의 주인공은 초대 명단을 정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 곡은 그 권리를 정확히 행사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천공의 비유를 다시 떠올려 보겠습니다. 구름에 뚫린 구멍은 아주 좁습니다. 그 아래 설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적습니다. 이 곡은 그 좁은 자리에 누구를 들일지는 내가 정하겠다고 말하는 셈입니다.

    이기적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화자 스스로도 그렇게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이 오랫동안 시선의 대상으로만 존재했던 사람이 처음으로 자기 몫의 자리를 주장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빛을 소리로 옮긴 편곡

    이 곡의 사운드는 그 선언을 그대로 받쳐줍니다.

    앨범 소개에 따르면 이 곡은 타격감 넘치는 드럼 사운드로 시작해, 통통 튀는 리드 신스로 채워진 드랍 파트를 지나, 강렬한 브라스 사운드로 풍성해진 아웃트로로 끝납니다. 더 블랙 레이블의 대표 프로듀서 테디의 손을 거쳐 완성된 트랙입니다.

    특히 아웃트로의 브라스가 인상적입니다. 브라스는 원래 축하와 행진의 악기입니다. 개선하는 군대 앞에서, 축제의 한복판에서 울리는 소리입니다. 곡의 끝에 브라스를 배치했다는 것은, 이 노래가 시작이 아니라 도착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빠른 템포 위에 리드미컬한 랩과 파워풀한 보컬이 번갈아 얹히는 구조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랩이면 랩. 이 곡은 한 사람이 가진 모든 무기를 짧은 러닝타임 안에 전부 꺼내 보입니다. 스포트라이트 아래 서게 된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자기소개입니다.

    후 하고 불겠다는 말

    제가 이 곡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촛불을 부는 대목입니다.

    화자는 후 하고 불겠다며, 내 마음을 흔들어 달라고 청합니다.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부는 그 행위가 여기서는 소원을 비는 일이자 상대에게 건네는 도발이 됩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오늘처럼. 이 문장은 앞의 모든 화려한 선언들 사이에서 유독 담백합니다. 매일이 생일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은, 결국 오늘의 이 기분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이기도 합니다.

    전소미 BIRTHDAY 가사가 지금 우리에게 남기는 것

    그러나 천공은 오래 지속되지 않습니다. 구름은 계속 움직이고, 구멍은 이내 메워집니다. 빛이 정확히 들어맞는 그 순간은 아주 짧습니다.

    무대의 스포트라이트도 그렇습니다. 조명이 켜져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고, 언젠가 꺼집니다. 무대의 마지막에 대해서는 빅뱅 ‘LAST DANCE’를 다룬 글에서, 그리고 빛이 완전히 꺼진 뒤의 자리에 대해서는 지드래곤 ‘무제’를 다룬 글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빛 아래 서 있는 동안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해집니다. ‘BIRTHDAY’는 그 짧은 순간에 자기 자신을 선택했습니다. 남이 원하는 모습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예전의 나가 아니라 지금 새로 태어나는 나를 말입니다.

    내가 잘 태어나서 잘난 걸 어떡하느냐는 마지막 한 줄은, 그래서 자만이 아니라 자기 긍정에 가깝게 들립니다. 어차피 구멍은 곧 닫힙니다. 그렇다면 그 아래 서 있는 동안만큼은 마음껏 빛나도 되지 않을까요.

    혹시 오늘 하늘이 온통 흐리다면, 한 번쯤 올려다보아도 좋겠습니다. 어딘가에 구멍이 뚫려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리고 그 빛이 지금 나에게 내려오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전곡은 벅스 BIRTHDAY 페이지 전소미 BIRTHDAY 가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인 해석이므로, 여러분에게는 또 다른 빛이 떠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소미 BIRTHDAY 가사를 하늘의 구멍 천공과 스포트라이트라는 화두로 읽습니다. 데뷔 싱글이 왜 생일을 제목으로 삼았는지, 그 선언의 의미까지 짚었습니다.

    http://m.melon.com/musicstory/detail.htm?mstorySeq=11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