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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연 만약에 가사 해석, 차이와 다름 사이의 2가지 마음

    태연 만약에 가사를 읽기 전에, 저는 ‘차이를 둔다’는 말부터 꺼내고 싶습니다. 이 곡을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그 이야기를 한 번 지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태연 만약에 KBS 드라마 「쾌도 홍길동」 OST 앨범 커버. 짙푸른 밤하늘 아래 기와지붕이 끝없이 이어진 옛 마을이 내려다보이고, 오른쪽 위에는 크고 둥근 보름달이 환하게 떠 있다. 한 인물이 기와지붕 위에 걸터앉아 긴 막대를 비스듬히 기댄 채 달 쪽을 바라보고 있다. 왼쪽 위에는 붓으로 거칠게 쓴 듯한 흰 글씨의 '홍길동' 제목과 붉은 인장 모양의 한자가 배치되어 있고, 그 아래에 영문으로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이라 적혀 있다.

    목차

    1. 차이를 둔다는 말
    2. 태연 만약에 가사는 다가가지 못한 사람의 노래입니다
    3. 만남 뒤에 기다리는 아픔
    4. 진성과 가성 사이를 오가는 목소리
    5. 차이에서 다름으로
    6. 바라보기만 했던 노래가 남긴 것
    7. 태연 만약에 가사가 지금 우리에게 남기는 것

    옅은 리넨 천 위에 오래된 나무 자 하나가 가로놓여 있고, 똑같이 생긴 작은 돌 두 개가 자의 서로 다른 눈금 위에 놓인 정물 사진. 하나는 영점 가까이에, 다른 하나는 자의 끝 쪽 멀리에 자리한다. 왼편 창에서 들어온 부드러운 빛이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오래 써서 흐려진 눈금이 남과 나 사이의 거리를 재는 마음을 떠올리게 한다.

    차이를 둔다는 말

    차이를 둔다.

    자주 떠오르는 말이지만, 동시에 떠오르지 않게 하려고 애쓰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 말이 자주 떠오르는 이유는, 사람이, 아니 정확히는 제가 다른 사람을 지나치게 신경 쓰기 때문일 것입니다.

    신경 쓴다는 것의 정체

    여기서 신경을 쓴다는 건,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조금은 이상한 걱정과는 다릅니다.

    그보다는 약간의 경쟁심에 가깝습니다. 저 사람은 저만큼 했는데 나는 왜 여기까지일까. 저 사람은 저렇게 쉽게 해내는데 나는 왜 이렇게 오래 걸릴까.

    남과 나 사이에 눈금을 긋고, 그 거리를 재는 일. 그것이 제가 말하는 차이를 둔다는 것입니다.

    생각하지 않으려는 이유

    그런데 그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이유도 분명합니다.

    그 생각 자체가 저를 갉아먹기 때문입니다. 거리를 잴 때마다 저는 늘 모자란 쪽에 서 있으니까요.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견주는 그 사람은, 정작 저에 대해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입니다. 현실에 가까운 목소리가 그렇게 말합니다.

    저 혼자 경주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상대는 출발선에 서 있는지도 모르는 경주를.

    그럼에도 반복된다

    그럼에도 그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또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이런 일은 수도 없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아직 그 반복에서 벗어나는 법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태연 만약에 가사는 다가가지 못한 사람의 노래입니다

    이 곡은 2008년 KBS 2TV 드라마 「쾌도 홍길동」의 OST로 발표되었습니다. 송재원이 작사하고 김준범과 이창희가 작곡했습니다.

    그리고 이 곡은 처음부터 끝까지 가정법으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만약에 내가 간다면, 내가 다가간다면, 너는 어떻게 생각할까. 그래서 용기를 낼 수 없다고 화자는 말합니다.

    만약에 네가 간다면, 네가 떠나간다면, 너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자꾸 겁이 난다고 말합니다.

    만약에 네가 온다면, 네가 다가온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다가가는 경우도, 떠나는 경우도, 다가오는 경우도 모두 상상만 할 뿐입니다.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

    그리고 후렴에서 화자는 자신이 왜 움직이지 못하는지 털어놓습니다.

    바보 같아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건, 아마도 외면할지도 모를 네 마음과, 그래서 더 멀어질 사이가 될까 봐서라고.

    저는 이 대목에서 오래 머물렀습니다.

    앞서 저는 제가 견주는 그 사람이 정작 저에 대해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리라는 목소리가 있다고 썼습니다. 이 곡의 화자가 두려워하는 것도 정확히 같습니다. 외면당하는 것, 상대에게 내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임을 확인하는 것.

    그래서 화자는 거리를 잽니다. 다가가면 어떨까, 멀어지면 어떨까. 그리고 그 계산이 끝나지 않으니 결국 바라보기만 합니다.

    이것이 차이를 두는 마음의 결말입니다. 거리를 재는 사람은 그 거리를 좁히지 못합니다.

    가정에 갇히는 마음에 대해서는, 이전에 빅뱅 ‘IF YOU’를 다루며 쓴 글에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만남 뒤에 기다리는 아픔

    2절의 후렴은 한 걸음 더 들어갑니다.

    정말 바보 같아서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건, 아마도 만남 뒤에 기다리는 아픔과 슬픈 나날들이 두려워서인가 보다고.

    화자는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관계의 끝을 먼저 떠올립니다. 만나기도 전에 헤어질 날을 걱정합니다.

    저는 이것이 비교하는 마음과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남과 나를 견주는 사람은, 늘 결과를 먼저 봅니다. 저 사람이 이미 도착한 자리와 내가 아직 서 있는 자리. 그 차이를 확인하고 나면, 출발할 의욕조차 사라집니다. 어차피 따라잡지 못할 거라는 결론이 먼저 나와 있으니까요.

    진성과 가성 사이를 오가는 목소리

    이 곡은 부르기 어렵기로도 유명합니다. 진성과 가성을 오가는 것이 높은 난이도의 이유로 꼽히며, 실제로 많은 가수들이 어렵다고 말하는 노래입니다.

    저는 이 특징이 곡의 정서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성은 본래의 목소리이고, 가성은 그 위로 얇게 띄워 올린 목소리입니다. 이 곡은 그 둘 사이를 계속 넘나듭니다. 마음을 드러내려다가 다시 감추고, 감추려다가 다시 새어 나옵니다.

    앞서 저는 생각을 하게 되고, 또 하지 말아야겠다고 믿고, 그것이 수없이 반복된다고 썼습니다. 이 곡의 목소리도 그렇게 오갑니다. 다가가려는 마음과 물러서려는 마음 사이를.

    그리고 이 곡의 후렴은 세 번 반복되지만, 마지막까지 결론이 바뀌지 않습니다. 화자는 끝내 다가가지 않습니다. 반복은 있지만 해결은 없습니다.

    차이에서 다름으로

    그렇다면 이 반복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저는 그 답이 ‘차이’라는 말을 ‘다름’이라는 말로 바꾸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차이라는 말에는 하나의 잣대가 숨어 있습니다. 같은 줄 위에 두 사람을 세워 놓고, 누가 앞서 있는지를 잽니다. 그래서 차이를 생각하면 늘 위아래가 생깁니다.

    반면 다름이라는 말에는 잣대가 없습니다. 서로 다른 길 위에 서 있으니, 누가 앞서 있는지 잴 수가 없습니다.

    이 곡의 화자가 상대를 바라보기만 하는 것도, 어쩌면 상대를 자신보다 높은 곳에 세워 두었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내가 다가가면 외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이미 둘 사이에 위아래를 그어 둔 생각입니다.

    만약 그 사이를 차이가 아니라 다름으로 보았다면 어땠을까요. 높고 낮음이 아니라 그냥 서로 다른 두 사람이라면, 다가가는 일이 조금은 덜 무서웠을지도 모릅니다.

    남과 나를 견주지 않고 스스로를 인정하는 일에 대해서는 있지 ‘달라달라’를 다룬 글에서도 다룬 적이 있습니다. 제목부터가 ‘다르다’는 노래였지요.

    바라보기만 했던 노래가 남긴 것

    흥미로운 건, 이렇게 끝내 다가가지 못한 사람의 노래가 오히려 많은 사람에게 가 닿았다는 사실입니다.

    이 곡은 멜론 OST 부문에서 19주 연속 1위를 기록했고, 2008년 상반기 노래방 차트 1위에 오르며 2000년대를 대표하는 발라드 중 하나로 꼽힙니다. 그리고 그의 보컬 능력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용기 내지 못한 사람의 고백이, 정작 가장 많은 사람이 따라 부르는 노래가 된 것입니다.

    저는 이 사실이 위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바라보기만 하는 마음이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는 뜻이니까요. 다들 어딘가에서 거리를 재고, 다가가지 못하고, 만약에를 되뇌고 있었던 것입니다.

    같은 가수의 다른 곡에서 멈춰 선 시간에 대해 쓴 글은 태연 ‘Fine’을 다룬 글에서 볼 수 있습니다.

    태연 만약에 가사가 지금 우리에게 남기는 것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저는 차이를 둡니다. 남과 나 사이에 눈금을 긋고 거리를 잽니다. 그 생각이 저를 갉아먹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리고 상대는 저를 신경조차 쓰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합니다.

    이 곡의 화자도 같았습니다. 다가가면 외면당할까, 멀어지면 어떻게 보낼까. 거리를 재는 동안 화자는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아직 저는 그 반복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깨달았다고 말하기에는 이릅니다.

    다만 바라는 것은 있습니다. 차이를 깨닫는 데서 벗어나, 다름을 깨닫는 데로 가는 것.

    남과 나를 같은 줄 위에 세우지 않는 것. 그저 서로 다른 길 위에 서 있다고 받아들이는 것. 그렇게 되면 거리를 재는 일도, 바라보기만 하는 일도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요.

    전곡은 벅스 태연 만약에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인 해석이므로, 여러분에게는 또 다른 ‘만약에’가 떠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태연 만약에 가사를 ‘차이’와 ‘다름’이라는 화두로 읽습니다. 남과 나를 견주는 마음이 왜 나를 갉아먹는지, 그리고 바라보기만 하는 사람의 두려움까지 짚었습니다.

  • 태연 Fine 가사 해석,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2가지 이유

    태연 Fine 태연 정규 1집 《My Voice》 앨범 커버. 채도가 높은 노란 배경 앞에서 인물이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있는 클로즈업 사진이다. 밝은 금발 머리는 느슨하게 묶여 있고, 붉은 립이 노란 톤과 강한 대비를 이룬다. 화면 왼쪽 아래에는 붉은 꽃잎과 초록 잎사귀가 흐릿하게 걸쳐 있다. 전체적으로 필름 특유의 부드러운 빛 번짐이 감돌아 나른한 인상을 준다.

    태연 Fine 가사를 읽기 전에, 저는 ‘시간’이라는 말부터 꺼내고 싶습니다. 이 곡을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그 이야기를 한 번 지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목차>

    1. 내일이 두려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2. 태연 Fine 가사는 멈춰 선 시계의 노래입니다
    3. 아직은 아니라는 말
    4. 사람들 틈에서 무딘 척하는 일
    5. 잘 지내라는 말이 전부였던 이별
    6. 폭발하지 않고 눌러 담는 소리
    7. 태연 Fine 가사가 지금 우리에게 남기는 것

    옅은 회벽에 낡은 아날로그 벽시계 두 개가 나란히 걸려 있는 정물 사진. 두 시계는 확연히 다른 시각을 가리키고 있는데, 하나는 오후 한때를 지나고 있고 다른 하나는 훨씬 이른 시각에서 초침이 멈춰 있다. 멈춘 쪽의 유리에는 옅은 먼지가 앉아 있다. 왼편 창에서 들어온 빛이 두 시계 아래로 나란한 그림자를 길게 드리운다. 같은 벽에 걸려 있어도 시간은 같이 흐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내일이 두려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만약 내일이 중요한 시험이거나 중요한 발표, 혹은 면접이라면 어떨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긴장해서 잠을 설치거나, 더 완벽하게 하려고 밤늦게까지 준비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도 있습니다.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말입니다. 그냥 내일이라는 것이 오지 않아서 그 일들이 벌어지지 않기를, 내 앞에 닥쳐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러나 시간은 흐를 뿐입니다

    하지만 시간은 흐를 뿐입니다. 우리 인간이 막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시간입니다.

    아무리 간절히 바라도 결국에는 내일이 오고, 그 일들은 내 앞에서 벌어집니다.

    그런데 시간은 상대적으로 흐릅니다

    아인슈타인은 시간이 상대적으로 흐른다고 말했습니다. 기차를 타고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과 그냥 걷는 사람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는 것입니다.

    그것으로 미루어 보면 앞서 이야기한 두 부류의 사람들도 다르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전자, 그러니까 빨리 준비하고 해치우려는 사람들은 시간이 빠르게 움직이는 쪽입니다. 후자,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더 느리게 움직이는 쪽입니다.

    전자는 빨리 그 일을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이 커서 그렇고, 후자는 그냥 그 일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커서 그럴 것입니다.

    물론 물리학적으로 엄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저는 사람마다 체감하는 시간의 속도가 다르다는 사실이, 물리학의 그 발견과 어딘가 닮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태연 Fine 가사는 멈춰 선 시계의 노래입니다

    태연의 ‘Fine’은 정확히 그 시간의 어긋남을 다룬 곡입니다.

    이 곡은 2017년 2월 28일 발매된 태연의 첫 정규 앨범 《My Voice》의 타이틀곡입니다. 감성적이면서도 폭발적인 멜로디가 돋보이는 얼터너티브 팝 곡으로, 이별 후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표현한 가사가 특징입니다.

    이 곡에서 시간은 두 갈래로 흐릅니다.

    한쪽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하루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일 년쯤 되면 서로 다른 일상을 살아가게 될 거라고. 그쯤이면 웃으며 추억할 수 있을 거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화자는 곧바로 답합니다. 나는 아니라고.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남들의 시계와 나의 시계

    저는 이 대비가 이 곡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세상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고 말합니다. 하루, 한 달, 일 년이라는 단위를 제시하면서 그때쯤이면 괜찮아질 거라고 합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에게 그 말은 맞습니다.

    그런데 화자에게는 맞지 않습니다. 여전히 그 사람이 자신의 하루하루를 채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리적으로는 같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달력의 날짜도 똑같이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화자의 체감 시간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의 시간처럼 말입니다.

    아침 햇빛이 드는 창턱 위에 부치지 않은 편지 한 통이 놓여 있는 장면. 봉투는 봉해져 있고 받는 이의 이름이 적혀 있지만 글씨는 반대편으로 돌아가 읽히지 않는다. 모서리가 살짝 말려 올라간 것으로 보아 그 자리에 오래 놓여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옆에는 식어버린 찻잔 하나가 함께 있고, 창밖으로는 흐릿하게 번진 거리가 여느 때처럼 흘러간다.

    아직은 아니라는 말

    이 곡에서 가장 자주 반복되는 말은 ‘아직은 아니야’입니다.

    화자는 그 말을 바보처럼 되뇐다고 스스로 표현합니다. 입가에 맴도는 말을 삼킬 수 없다고 말이죠.

    여기서 중요한 건 화자가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것도, 이미 시간이 충분히 흘렀다는 것도 압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바보 같다고 부릅니다.

    그럼에도 감정은 시간표를 따르지 않습니다. 알고 있다고 해서 마음이 그대로 움직여 주지는 않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붙잡고 있는 마음에 대해서는, 이전에 넬 ‘기억을 걷는 시간’을 다루며 쓴 글에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괜히 움직이곤 하는 사람

    2절에는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머리를 질끈 묶은 채 어지러운 방을 정리하고,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아본다고 합니다. 가끔 감당할 수 없는 기분에, 뭐라도 해야 할 것만 같아서 괜히 움직이곤 한다고 말입니다.

    저는 이 대목이 이 곡에서 가장 현실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멈춘 사람은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바쁘게 움직입니다. 방을 치우고, 새로운 취미를 찾고, 계획을 세웁니다. 시간을 억지로라도 흐르게 만들어 보려는 시도입니다.

    그런데 그 움직임에는 목적지가 없습니다. 그래서 ‘괜히’라는 부사가 붙습니다.

    사람들 틈에서 무딘 척하는 일

    브릿지에서 이 곡은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의미 없는 농담을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사람들 틈에 있으면 자신이 아무렇지 않아 보인다고 화자는 말합니다. 무딘 척 웃음을 지어 보이며 ‘너’라는 그늘을 애써 외면해 본다고 말이죠.

    이것이 바로 ‘Fine’이라는 제목의 정체입니다.

    우리는 안부를 물으면 대부분 괜찮다고 답합니다. 실제로 괜찮아서가 아니라, 그것이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대답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뒤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아직도 힘들다고 말하면 미련해 보일까 봐 걱정하게 됩니다.

    이 곡은 그 가면을 벗깁니다. 후렴에서 반복되는 말은 결국 하나입니다. 괜찮지 않다고.

    가면을 쓴 얼굴과 진짜 얼굴 사이의 거리에 대해서는 지드래곤 ‘삐딱하게’를 다룬 글에서 다룬 적이 있습니다.

    잘 지내라는 말이 전부였던 이별

    마지막 벌스에서 화자는 그 순간을 떠올립니다.

    잘 지내라는 말이 전부였던 담담한 이별. 이 짧은 묘사가 많은 것을 설명합니다.

    담담했다는 건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어 보였다는 뜻입니다. 싸움도, 눈물도, 극적인 장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미 잘 정리된 관계처럼 보일 것입니다.

    그런데 담담하게 끝났기 때문에 오히려 정리되지 못한 것들이 남습니다. 하고 싶었던 말을 하지 못했으니까요. 입가에 맴도는 말을 삼킬 수 없다는 후렴이 여기서 다시 이해됩니다.

    폭발하지 않고 눌러 담는 소리

    이 곡의 사운드도 그 상태를 그대로 옮깁니다.

    얼터너티브 팝이라는 장르 안에서 이 곡은 감성적이면서도 폭발적인 멜로디를 오갑니다. 태연의 호소력 짙은 음색이 그 두 결을 모두 소화합니다.

    특히 후렴의 처리가 인상적입니다. 감정이 최고조에 이르는 지점에서 이 곡은 완결된 문장을 부르지 않습니다. 대신 짧은 감탄사만 길게 늘어놓습니다.

    말이 되지 못한 감정이 그냥 소리로 새어 나오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입가에 맴돌지만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는 그 말의 상태가 소리로 구현된 셈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 앨범은 팝 발라드와 팝 R&B를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열세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이 곡이 타이틀로 선택된 이유가, 목소리 하나로 감정의 진폭을 가장 넓게 보여줄 수 있는 곡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태연 Fine 가사가 지금 우리에게 남기는 것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라도 내일은 옵니다. 시간은 우리가 막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이 모두에게 같은 속도로 흐르지는 않습니다.

    누군가는 이미 다음 계절에 도착해 있는데, 누군가는 아직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게으르거나 미련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저 그 사람의 시계가 아직 그만큼밖에 가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러니 누군가 아직 괜찮지 않다고 말한다면,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를 세어 주지 않아도 좋겠습니다. 일 년이 지났으니 이제 괜찮아야 한다는 말은, 사실 아무것도 도와주지 못하니까요.

    판단하지 않고 곁에 있어 주는 일에 대해서는 이하이 ‘한숨’을 다룬 글에서 이야기했습니다.

    이 곡이 끝까지 괜찮다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우리도 가끔은 괜찮지 않다고 말해도 괜찮습니다. 그 말을 삼키지 않는 것만으로도 시계는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할 테니까요.

    전곡은 벅스 태연 Fine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인 해석이므로, 여러분에게는 또 다른 속도가 떠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