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 만약에 가사를 읽기 전에, 저는 ‘차이를 둔다’는 말부터 꺼내고 싶습니다. 이 곡을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그 이야기를 한 번 지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목차
- 차이를 둔다는 말
- 태연 만약에 가사는 다가가지 못한 사람의 노래입니다
- 만남 뒤에 기다리는 아픔
- 진성과 가성 사이를 오가는 목소리
- 차이에서 다름으로
- 바라보기만 했던 노래가 남긴 것
- 태연 만약에 가사가 지금 우리에게 남기는 것

차이를 둔다는 말
차이를 둔다.
자주 떠오르는 말이지만, 동시에 떠오르지 않게 하려고 애쓰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 말이 자주 떠오르는 이유는, 사람이, 아니 정확히는 제가 다른 사람을 지나치게 신경 쓰기 때문일 것입니다.
신경 쓴다는 것의 정체
여기서 신경을 쓴다는 건,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조금은 이상한 걱정과는 다릅니다.
그보다는 약간의 경쟁심에 가깝습니다. 저 사람은 저만큼 했는데 나는 왜 여기까지일까. 저 사람은 저렇게 쉽게 해내는데 나는 왜 이렇게 오래 걸릴까.
남과 나 사이에 눈금을 긋고, 그 거리를 재는 일. 그것이 제가 말하는 차이를 둔다는 것입니다.
생각하지 않으려는 이유
그런데 그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이유도 분명합니다.
그 생각 자체가 저를 갉아먹기 때문입니다. 거리를 잴 때마다 저는 늘 모자란 쪽에 서 있으니까요.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견주는 그 사람은, 정작 저에 대해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입니다. 현실에 가까운 목소리가 그렇게 말합니다.
저 혼자 경주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상대는 출발선에 서 있는지도 모르는 경주를.
그럼에도 반복된다
그럼에도 그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또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이런 일은 수도 없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아직 그 반복에서 벗어나는 법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태연 만약에 가사는 다가가지 못한 사람의 노래입니다
이 곡은 2008년 KBS 2TV 드라마 「쾌도 홍길동」의 OST로 발표되었습니다. 송재원이 작사하고 김준범과 이창희가 작곡했습니다.
그리고 이 곡은 처음부터 끝까지 가정법으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만약에 내가 간다면, 내가 다가간다면, 너는 어떻게 생각할까. 그래서 용기를 낼 수 없다고 화자는 말합니다.
만약에 네가 간다면, 네가 떠나간다면, 너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자꾸 겁이 난다고 말합니다.
만약에 네가 온다면, 네가 다가온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다가가는 경우도, 떠나는 경우도, 다가오는 경우도 모두 상상만 할 뿐입니다.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
그리고 후렴에서 화자는 자신이 왜 움직이지 못하는지 털어놓습니다.
바보 같아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건, 아마도 외면할지도 모를 네 마음과, 그래서 더 멀어질 사이가 될까 봐서라고.
저는 이 대목에서 오래 머물렀습니다.
앞서 저는 제가 견주는 그 사람이 정작 저에 대해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리라는 목소리가 있다고 썼습니다. 이 곡의 화자가 두려워하는 것도 정확히 같습니다. 외면당하는 것, 상대에게 내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임을 확인하는 것.
그래서 화자는 거리를 잽니다. 다가가면 어떨까, 멀어지면 어떨까. 그리고 그 계산이 끝나지 않으니 결국 바라보기만 합니다.
이것이 차이를 두는 마음의 결말입니다. 거리를 재는 사람은 그 거리를 좁히지 못합니다.
가정에 갇히는 마음에 대해서는, 이전에 빅뱅 ‘IF YOU’를 다루며 쓴 글에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만남 뒤에 기다리는 아픔
2절의 후렴은 한 걸음 더 들어갑니다.
정말 바보 같아서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건, 아마도 만남 뒤에 기다리는 아픔과 슬픈 나날들이 두려워서인가 보다고.
화자는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관계의 끝을 먼저 떠올립니다. 만나기도 전에 헤어질 날을 걱정합니다.
저는 이것이 비교하는 마음과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남과 나를 견주는 사람은, 늘 결과를 먼저 봅니다. 저 사람이 이미 도착한 자리와 내가 아직 서 있는 자리. 그 차이를 확인하고 나면, 출발할 의욕조차 사라집니다. 어차피 따라잡지 못할 거라는 결론이 먼저 나와 있으니까요.
진성과 가성 사이를 오가는 목소리
이 곡은 부르기 어렵기로도 유명합니다. 진성과 가성을 오가는 것이 높은 난이도의 이유로 꼽히며, 실제로 많은 가수들이 어렵다고 말하는 노래입니다.
저는 이 특징이 곡의 정서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성은 본래의 목소리이고, 가성은 그 위로 얇게 띄워 올린 목소리입니다. 이 곡은 그 둘 사이를 계속 넘나듭니다. 마음을 드러내려다가 다시 감추고, 감추려다가 다시 새어 나옵니다.
앞서 저는 생각을 하게 되고, 또 하지 말아야겠다고 믿고, 그것이 수없이 반복된다고 썼습니다. 이 곡의 목소리도 그렇게 오갑니다. 다가가려는 마음과 물러서려는 마음 사이를.
그리고 이 곡의 후렴은 세 번 반복되지만, 마지막까지 결론이 바뀌지 않습니다. 화자는 끝내 다가가지 않습니다. 반복은 있지만 해결은 없습니다.
차이에서 다름으로
그렇다면 이 반복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저는 그 답이 ‘차이’라는 말을 ‘다름’이라는 말로 바꾸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차이라는 말에는 하나의 잣대가 숨어 있습니다. 같은 줄 위에 두 사람을 세워 놓고, 누가 앞서 있는지를 잽니다. 그래서 차이를 생각하면 늘 위아래가 생깁니다.
반면 다름이라는 말에는 잣대가 없습니다. 서로 다른 길 위에 서 있으니, 누가 앞서 있는지 잴 수가 없습니다.
이 곡의 화자가 상대를 바라보기만 하는 것도, 어쩌면 상대를 자신보다 높은 곳에 세워 두었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내가 다가가면 외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이미 둘 사이에 위아래를 그어 둔 생각입니다.
만약 그 사이를 차이가 아니라 다름으로 보았다면 어땠을까요. 높고 낮음이 아니라 그냥 서로 다른 두 사람이라면, 다가가는 일이 조금은 덜 무서웠을지도 모릅니다.
남과 나를 견주지 않고 스스로를 인정하는 일에 대해서는 있지 ‘달라달라’를 다룬 글에서도 다룬 적이 있습니다. 제목부터가 ‘다르다’는 노래였지요.
바라보기만 했던 노래가 남긴 것
흥미로운 건, 이렇게 끝내 다가가지 못한 사람의 노래가 오히려 많은 사람에게 가 닿았다는 사실입니다.
이 곡은 멜론 OST 부문에서 19주 연속 1위를 기록했고, 2008년 상반기 노래방 차트 1위에 오르며 2000년대를 대표하는 발라드 중 하나로 꼽힙니다. 그리고 그의 보컬 능력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용기 내지 못한 사람의 고백이, 정작 가장 많은 사람이 따라 부르는 노래가 된 것입니다.
저는 이 사실이 위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바라보기만 하는 마음이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는 뜻이니까요. 다들 어딘가에서 거리를 재고, 다가가지 못하고, 만약에를 되뇌고 있었던 것입니다.
같은 가수의 다른 곡에서 멈춰 선 시간에 대해 쓴 글은 태연 ‘Fine’을 다룬 글에서 볼 수 있습니다.
태연 만약에 가사가 지금 우리에게 남기는 것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저는 차이를 둡니다. 남과 나 사이에 눈금을 긋고 거리를 잽니다. 그 생각이 저를 갉아먹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리고 상대는 저를 신경조차 쓰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합니다.
이 곡의 화자도 같았습니다. 다가가면 외면당할까, 멀어지면 어떻게 보낼까. 거리를 재는 동안 화자는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아직 저는 그 반복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깨달았다고 말하기에는 이릅니다.
다만 바라는 것은 있습니다. 차이를 깨닫는 데서 벗어나, 다름을 깨닫는 데로 가는 것.
남과 나를 같은 줄 위에 세우지 않는 것. 그저 서로 다른 길 위에 서 있다고 받아들이는 것. 그렇게 되면 거리를 재는 일도, 바라보기만 하는 일도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요.
전곡은 벅스 태연 만약에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인 해석이므로, 여러분에게는 또 다른 ‘만약에’가 떠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태연 만약에 가사를 ‘차이’와 ‘다름’이라는 화두로 읽습니다. 남과 나를 견주는 마음이 왜 나를 갉아먹는지, 그리고 바라보기만 하는 사람의 두려움까지 짚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