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STAY’ – 혼자 빛나는 사람도, 결국 한 명의 인간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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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일 때 빛나는 사람들

세상에는 혼자일 때 유난히 빛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대부분의 일을 혼자 해낸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마치 인간이 아닌 존재처럼 높이 치켜세우며, 무엇을 하든 “역시~”라는 말을 붙인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그 사람도 인간이라는 것. 그러니 어떤 날은 해내지 못할 수도 있고, 어떤 날은 실수할 수도 있다. 어떤 날은 누군가를 만나고 싶을 수도, 또 어떤 날은 아무 관심도 받지 않은 채 그저 편히 쉬고 싶을 수도 있다. 그것은 결함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진 당연한 결이다.

인간이라는 이유로 실망당하는 사람들

그런데 대중은 바로 그 지점에서 그에게 실망한다. 변했다고 말하고, 다시 돌아오라며 욕하고, 기만당했다고 여긴다. 완벽한 존재로 세워두었던 사람이 인간의 얼굴을 드러내는 순간, 사람들은 배신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람 역시 어엿한 인간성을 지닌, 존중받아 마땅한 한 명의 ‘사람’이다. 그를 향해 실망하고 욕하는 대중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똑같은 사람. 대중은 그를 충분히 한 인간으로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 무대 위의 빛나는 존재이기 이전에, 지치면 쉬고 싶고 곁을 원하는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STAY’

블랙핑크의 ‘STAY’를 이런 시선으로 듣기 시작하면, 곡은 전혀 다른 깊이로 다가온다.

2016년 8월 8일, ‘휘파람’과 ‘붐바야’ 두 곡으로 세상에 그 존재를 알린 블랙핑크. 국내를 넘어 전 세계에 거대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각종 차트를 석권했고, 신인답지 않은 파급력으로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SQUARE ONE]에 이어 [SQUARE TWO]로 걸음을 옮긴 그들은, 화려한 데뷔곡들과는 사뭇 다른 결의 곡으로 또 한 번 이목을 집중시켰다.

‘STAY’는 서정적인 기타 리프와 스트링이 어우러진, 애절한 감성의 컨트리 팝 곡이다. 강렬한 힙합 사운드로 세상을 뒤흔들던 그들이, 이번에는 한껏 힘을 빼고 가을과 어울리는 잔잔한 멜로디를 들려준다. 각 멤버의 개성 있으면서도 안정적인 보컬이 곡을 이끌며, 내 곁을 떠날 것만 같은 불안한 마음과 그럼에도 곁에 있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함께 담아낸다.

화려함을 벗은 자리에 남은 것

흥미로운 건, 세상을 압도하던 그룹이 부르는 노래의 정서가 이토록 연약하고 간절하다는 점이다.

‘STAY’의 화자는 거창한 것을 바라지 않는다. 거친 말들에 상처받고, 사과 한마디 없이 또 혼자 스스로를 위로하면서도, 그저 오늘 하루만은 떠나지 말아 달라고 청한다. 지금 당장 많은 것을 바라는 게 아니라, 그저 내 곁에 머물러 달라고. 굳이 너여야만 하는 이유는 묻지 말라며, 이유조차 설명할 힘이 없는 마음을 그대로 내민다.

바로 이 지점에서, 무대 위에서 혼자 빛나던 사람의 진짜 얼굴이 겹쳐 보인다. 세상이 세워둔 완벽한 상(像)을 벗어던진 자리에 남는 건, 결국 누군가 곁에 있어주기를 바라는 지극히 인간적인 마음이기 때문이다.

어색한 침묵이 차라리 좋다는 마음

이 곡에서 가장 마음을 울리는 대목은, 사람들과 나누는 억지스러운 한마디보다 너와의 어색한 침묵이 차라리 좋다고 말하는 부분이다.

수많은 관심과 환호 속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정작 화자가 원하는 건 화려한 말들이 아니라 진짜 한 사람과의 조용한 시간이다. 이것은 앞서 말한 ‘관심 안 받고 편히 쉬고 싶은’ 마음과 정확히 맞닿는다. 세상 모두의 사랑을 받는 것처럼 보이는 존재조차, 실은 억지스러운 관계의 소음에 지쳐 단 한 사람의 진심 어린 침묵을 갈망한다는 것.

거짓 같은 세상 속에서 유일한 진실이 ‘너’라고 노래할 때, 그 고백은 사랑 노래를 넘어선다. 그것은 완벽해야 한다는 세상의 요구에 짓눌린 한 인간이, 나를 스타가 아니라 그냥 사람으로 봐줄 단 한 사람에게 건네는 편지처럼 들린다.

밉지만 사랑한다는 역설

‘STAY’는 결코 아름답기만 한 관계를 그리지 않는다. 화자는 상대를 밉다고 말하면서도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달콤한 향기를 죄(felony)에 빗대고, 슬픈 멜로디가 자신을 울린다고 말한다.

이 모순이야말로 인간관계의 진실이다. 미움과 사랑이 깔끔하게 나뉘지 않고 한 마음 안에 뒤엉켜 있는 것. 완벽하게 정제된 감정이 아니라, 밉고 불안하고 그럼에도 놓지 못하는 이 뒤죽박죽의 마음이 오히려 가장 인간적이다. 어둠이 밀려올 때 내가 너의 불이 되어주겠다는 다정한 다짐이, 바로 그 뒤엉킨 마음 위에서 피어난다는 점이 이 곡을 더욱 애틋하게 만든다.

존중받아야 할, 한 명의 사람

결국 ‘STAY’는 곁에 있어달라는 한 편의 사랑 노래이자, 화려함 뒤에 가려진 인간의 연약함을 비추는 거울 같은 곡이다.

혼자 빛나는 사람일수록, 그 빛의 크기만큼 곁의 온기를 필요로 한다. 우리가 무대 위의 누군가에게 완벽함을 요구하며 실망하기 전에, 한 번쯤 떠올려야 할 사실이 여기에 있다. 그 사람도 떠나갈까 불안해하고, 조용히 곁을 지켜줄 누군가를 바라는, 우리와 똑같은 한 명의 사람이라는 것을.

그러니 ‘STAY’가 건네는 그 나직한 부탁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건네야 할 말인지도 모른다.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라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너로 내 곁에 머물러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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