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로로 화해 가사를 읽기 전에, 저는 ‘유난스럽다’는 말의 원뜻부터 짚고 싶습니다. 이 곡을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그 이야기를 한 번 지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목차>
- 유난스럽다는 말의 진짜 뜻
- 유난스럽다는 말이 어울리는 아티스트
- 한로로 화해 가사는 곪은 마음을 향한 고백입니다
- 동정은 사양합니다
- 차가운 세상을 녹여내고 싶다는 꿈
- 한로로 화해 가사가 지금 우리에게 남기는 것

유난스럽다는 말의 진짜 뜻
유난스럽다. 보통과 달리 특별한 데가 있다는 뜻입니다.
주로 비난의 용도로 쓰이는 이 말은, 사실 국어사전에 실린 원뜻으로 보면 꽤나 근사한 말입니다. ‘유난스럽게 굴지 않음’이 미덕처럼 여겨지는 세상이 못마땅하다는 어느 작가의 생각에, 저는 깊은 이해와 공감을 느낍니다.
보통과 특별함의 관계는 묘합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을 보통이라 여기지만, 그 ‘보통’이라는 것은 사실 오직 나에게만 적용되는 특별한 보통입니다. 보통의 특별함이라고 해야 할까요.
사실 우리가 누군가를 유난스럽다고 말할 때, 그 안에는 미묘한 불편함이 섞여 있습니다. 저 사람은 왜 나처럼 적당히 넘어가지 않는가 하는 불편함입니다.
그러니까 그 말은 상대에 대한 평가라기보다, 나의 기준이 흔들렸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내가 참고 넘긴 것을 누군가는 참지 않았을 때, 내가 포기한 것을 누군가는 끝까지 붙들고 있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을 유난스럽다고 부르며 나의 평범함을 지켜냅니다. 저는 이 구조를 알아차린 뒤로, 그 말을 들었을 때 조금 덜 아프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그 특별함을 잃어버립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은 삶에서 그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쟤는 왜 저렇게까지 하는 거야?”, “너무 튀는 거 아냐?”, “걔는 그 점이 참 이상하더라.” 이런 말들에 자아가 푹 절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는 그런 말들을 흘려보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세상에 홀로 살아가는 ‘나’를 위해서요.
만약 흘려보내기가 힘들다면, 생각을 이렇게 바꿔볼 수도 있습니다. 아, 나는 이런 점이 남들 눈에는 특별해 보이는구나. 그리고 그 특별함을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쓸 수 있도록. 오직 ‘나’를 위해서.
타인의 시선에 지쳐 자기 자신을 잃어가는 문제에 대해서는, 이전에 오아시스 ‘Don’t Look Back in Anger’를 다루며 쓴 글에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유난스럽다는 말이 어울리는 아티스트
우리나라 인디 씬에서 싱어송라이터나 밴드는 대중적인 팬덤보다 마니아층 사이의 바이럴을 통해 공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역주행의 기류를 타고 대중에게 발굴되곤 합니다.
한로로 역시 그런 아티스트 중 하나였습니다. 특별함을 이상함이나 튀는 행동으로 치부하는 세상 속에서, 자신의 모난 마음과 습한 이상을 끝내 끌어안고 날아오르는 유난스러운 싱어송라이터. 그녀야말로 ‘유난스럽다’라는 말을 기어이 꺼내게 만드는 아티스트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화해’는 원래 타이틀곡으로 염두에 두고 만든 곡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다른 곡 하나만 타이틀로 생각했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좋아 더블 타이틀로 결정되었다는 것입니다. 유난스러움을 노래한 곡이 정작 스스로는 앞에 나설 생각이 없었다는 점이, 저에게는 꽤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한로로 화해 가사는 곪은 마음을 향한 고백입니다
2023년 8월 29일 발매된 EP 《이상비행》에 실린 이 곡은, 세상의 잣대에 자신을 맞추려 억눌러 왔던 곪은 마음들을 향한 덤덤한 고백입니다. 동시에 차가운 세상을 향해 건네는 주체적인 행동이기도 합니다.
온전히 사랑만 하기에도 벅찬 삶에, 세상은 무책임한 것들을 자꾸만 떠넘깁니다. 그 속에서 상처받으면서도, 그녀는 결국 노래로써 앞으로 일어날 사고들에 묵묵히 맞서는 ‘어른’이 되기로 결심합니다.
둥근 척하기 바빴던 과거를 부끄러워하다가도 안쓰러워하며, 그때의 자신이 겨우 지금의 자신이 되어 펜을 잡았다고 고백하는 이 태도에는 묘한 단단함이 있습니다. 저는 이 대목이 이 곡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정은 사양합니다
한로로 특유의 호소력 짙은 보컬은 시니컬하면서도, 역설적으로 뜨거운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소음을 싫어하는 세상 사람들이 그녀의 요란하고 습한 이상을 두고 ‘이상(異常)한 이상(理想)’이라며 비웃을지언정, 그녀는 타인의 동정만큼은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동정하지 말라는 그녀의 단호함은, 차가운 바람에 부서질지언정 무너지지는 않겠다는 선언과 맞닿아 있습니다. 오늘까지만 스스로를 머금은 구름이 되어 빗물에 다 털어내고, 붉어진 눈가에 새 살을 돋게 하겠다는 것. 그것은 무너짐이 아니라, 다시 날아오르기 위한 채비입니다.
이 곡에서 반복되는 물의 이미지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습한 이상, 머금은 구름, 털어내는 빗물, 그리고 붉어진 눈가.
물은 이 곡에서 두 가지 얼굴을 가집니다. 하나는 나를 무겁게 만드는 것입니다. 습기를 잔뜩 머금은 구름은 낮게 가라앉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하나는 비워냄으로써 가벼워지게 하는 것입니다. 다 쏟아낸 구름은 다시 높이 떠오릅니다. 저는 곡이 말하는 ‘화해’가 바로 이 지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젖은 채로 버티는 것도, 마른 척하는 것도 아니라, 한 번 제대로 쏟아내고 나서 다시 떠오르는 것 말입니다.
위로와 동정은 다릅니다
저는 이 곡이 위로와 동정을 명확히 구분한다는 점에서 귀하다고 생각합니다.
동정은 상대를 나보다 낮은 자리에 두는 감정입니다. 반면 위로는 같은 높이에서 건네는 것입니다. 이 곡의 화자가 거부하는 것은 도움 자체가 아니라, 자신을 아래로 내려다보는 시선입니다.
누군가를 진짜로 위로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하이 ‘한숨’을 다룬 글에서 더 자세히 다룬 적이 있습니다.

차가운 세상을 녹여내고 싶다는 꿈
아이돌 노래가 차트를 장악하고, 사회가 혼란스럽고 불안한 그 차가운 세상을 기어이 녹여내고 싶다는 그녀의 다부진 꿈은, 어느 순간부터 대중의 마음에서 도란도란 읽히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이 앨범에 함께 실린 다른 수록곡은 발매 후 2년이 지난 시점부터 주요 음악 차트에서 역주행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만들어 둔 노래가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사람들에게 가닿은 셈입니다.
저는 이 사실이 ‘화해’라는 곡의 메시지를 증명한다고 생각합니다. 유난스러움은 당장 인정받지 못할 수 있지만,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늦게 도착할 뿐입니다.
한로로 화해 가사가 지금 우리에게 남기는 것
거대한 ‘한로로 붐’이 일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모두가 평범함이라는 가면을 쓰고 숨죽일 때, 그녀는 오직 자신만의 노래를 노래했으니까요.
한로로는 우리가 애써 외면해 온 내면의 ‘유난스러움’을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대변해 주는, 진정 ‘유난스럽다’라는 말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아티스트입니다.
그러니 오늘 누군가에게 유난스럽다는 말을 들으셨다면, 그것을 비난으로만 받아들이지 않으셔도 좋겠습니다. 사전에 적힌 그 말의 원뜻은, 보통과 달리 특별한 데가 있다는 뜻이니까요.
가면을 벗고 진짜 얼굴로 서는 일에 대해서는 저스틴 비버 ‘Love Yourself’를 다룬 글에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전곡은 벅스 화해 페이지 한로로 화해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인 해석이므로, 여러분에게는 또 다른 유난스러움이 떠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로로 화해 가사를 유난스러움이라는 말의 원뜻으로 읽습니다. 곪은 마음을 향한 고백과 동정을 거부하는 단단함, 그리고 다시 날아오르는 채비까지 짚었습니다.
한로로 화해 가사를 유난스러움이라는 말의 원뜻으로 읽습니다. 곪은 마음을 향한 고백과 동정을 거부하는 단단함, 그리고 다시 날아오르는 채비까지 짚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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